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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여섯시에 호텔을 나왔다. 새벽의 도시를 맑은 정신으로 볼 수 있는 건 시차 적응을 하지 못한 관광객의 특권이기도 하니까. 길 가다가 보이는 CN 타워를 그냥 지나치려다 엄마한테 보내주려고 사진도 찍고, 일찍 연 베이글 가게 앞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지만 한국에서는 찾기 쉽지 않은 포피씨드 베이글에 크림치즈도 듬뿍 발라 커피와 먹었다. 몬트리올 스타일 베이글이라고 하는데 뉴욕 베이글보다 좀 더 달고 작고 밀도가 높았다. 아침 달리기를 하거나 개를 산책 시키는 사람들이 지나갔다. 마트가 보여 들어갔더니 노란 백합 한 다발이 덩그러니 남겨져있었다. 평소 같으면 거들떠보지 않을 꽃인데도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다. 이어폰을 꽂고 걷는데 꽃을 들고 있어서인지 나와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해오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도 같이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해주고 싶어 이어폰을 빼고 한참을 걸었다. 존 키츠의 "아름다움은 진실이고, 진실은 곧 아름다움이다"는 문장이 요즘 이상하게 계속 생각나는데 어떤 날은 터무니없는 비약처럼 느껴져 백가지 논리로 반박하고 싶다가도 오늘 같은 날은 그 문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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