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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캘리포니아 와인의 미래를 비관했을 때, 와인의 천재들은 기회를 발견했다. 그들에게는 어떠한 규제도 없었으니 전통적인 방식에 얽매이지 않았다. 연구를 통해 땅에 가장 어울리는 품종을 심었고, 착즙과 발효에도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1976년 영국인 와인상 스티븐 스퍼리어는 파리의 저명한 와인 전문가들을 섭외해 캘리포니아 와인을 프랑스 와인과 비교 시음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서 백포도주와 적포도주 파트 모두 미국와인이 최고점을 얻었다. 캘리포니아 와인을 비롯해 신대륙 와인이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이 사건을 '파리의 심판'이라 부른다.
모두가 그곳에서 커피를 기를 수 없다고 했지만, 혁신가들은 주저 없이 캘리포니아로 향했다. 포문을 연 것은 2002년, 제이 러스키와 마크 가스켈이 '굿랜드 오가닉 팜'을 열면서 부터다. 그들은 캘리포니아의 건조한 날씨가 커피 녹병 등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라 판단했다. 일반적인 커피 농장보다 적도에서 거리가 멀어 개화 후 열매가 익기까지 10-12개월이 걸리는 것도 장점이었다. 산타 바바라 해안을 따라 안개가 내려앉고 해풍이 불어오니, 연중 기온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었다. 고고도에 위치한 농장만큼 고품질의 커피를 길러낼 최적의 조건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 커피 센터에서는 이들 농장에 커피 생장에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꾸준히 제공했다. 가령, 제이 러스키등과 협력해 지속해서 이론적인 기반을 제공해오던 유전학자 후안 메드라노는 다른 연구원들과 협력해 2017년 코페아 아라비카종의 유전자지도(Genome Sequence)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비영리 농업단체인 가비오타 해안 관리단(GCC, Gaviota Coast Conservancy), 와일드 버팔로 랜드 트러스트(WBLT) 등과 관계를 맺어 토지재생과 생태계 순환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 과학에 근거한 이론적 기틀을 꾸준히 다지고 있다.
그 노력의 결과로 2014년 굿랜드 오가닉 팜의 카추라품종 커피가 '커피리뷰'에서 91점을 받아 27위에 랭크되는 등 대외적으로 품질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연간 커피 생산량은 약 2,000파운드로 하와이의 생산량이 500만 파운드인 것에 비해 소량이지만, 파운드당 160-200달러로 판매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덕분에 2020년을 기준으로는 70여곳의 농장이 프린지(FRINJ) 네트워크에 속해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목표는 캘리포니아 커피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고, 프리미엄(스페셜티커피)시장의 규모를 키워 수익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이들의 캘리포니아 드림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포브스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스페셜티커피 시장 규모는 3500만 달러로, 2025년에는 83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인들에게 접근성이 좋은 캘리포니아 커피 농장들은 여느 와이너리처럼 투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고가의 커피를 구독하는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불확실함도 크다. 다수의 비영리 단체와 손잡고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고자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물 부족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기후변화로 캘리포니아에서도 농작물을 위협하는 새로운 질병이 등장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경제위기를 위시한 인건비 상승 등의 운영 전반에 대한 위기도 마주하고 있다.
성공여부를 떠나 캘리포니아에서의 커피재배는 그 자체로 산업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은 커피 재배지의 확장을 점쳐볼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은 적도를 중심으로 북위 25도, 남위 25도 사이의 '커피 벨트'를 중심으로 커피 생산이 이뤄졌다. 캘리포니아에서의 다양한 실험은 커피 생육환경에 대한 하나의 거대한 실험이 되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두 번째로는 거대 자본의 유입이 있다. 기존 커피 농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본력을 가진 농부들이 산업에 유입되면서 다양한 품종연구, 재배 방법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생산국과 소비국의 불균형으로 소외되어온 커피 재배 연구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마지막으로 적정 커피 가격에 대한 논의가 있다. 선진국의 물가를 기준으로 생산이 이뤄지니, 품질과 상관없이 캘리포니아 커피의 출하가격은 비싸게 책정된다. 농부에게 얼마의 가치가 배분되어야 하는가의 논의는, 캘리포니아 커피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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