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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의 반대가 없었다면 연희궁은 한양 도읍의 중심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제왕은 남면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혹은 고집)으로 연희궁은 이궁의 역할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곳의 상서로운 기운을 믿는 이들 때문인지 연희동은 다수의 정치인과 고위직 공무원, 교수 등이 거주하는 고급 주택단지가 됐다. 연세대학교의 전신 연희전문학교의 이름도 이곳에서 유래했으며, 한때는 연남동도 연희동의 행정구역에 속했다. 학군과 상권, 넓은 필지의 주택 등 좋은 조건을 두루 갖췄으니, 이만한 지역은 서울에서도 손에 꼽는다. 연희동의 남쪽이라 '연남'이라 이름이 붙은 이후, 연남동은 연희동과 사뭇 다르게 변해왔다. 우선 연남동은 지하철 홍대입구역과 인접해있으며, 3종 일반주거지역 속해 용적률이 넓은 편이다. 또, 신촌과 홍대 상권 확장에 영향을 받았고, 경의선 숲길 공원이 개장하면서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북적이게 됐다. 반면, 연희동은 예술가의 동네처럼 차분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은희경·성석제 씨 등이 거쳐 간 연희문화창작촌이 자리 잡았고, 2014년부터 궁둥산과 안산 자락에는 갤러리들도 서서히 입주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대학로 예술가의 집으로 자리를 옮긴 '하우스 콘서트'도 연희동의 한 주택에서 2002년 처음 열렸다. 연희동과 연남동은 소속 구청도 다른 만큼 확연히 구분되는 상권이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쉽게 들어가기도, 살아남기도 힘든 상권이라는 점이다. 연남동은 서울 다른 지역에 비해서 상가들의 평균 영업 기간이 짧은 편이며, 임대료도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연희동에는 지속적으로 넓은 평수의 주택을 개조해 동네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새로운 공간들이 문을 열었지만, 임대료를 감당하면서도 거주민과 연희동을 찾은 이들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곳을 만들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또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여느 번화가와 같이 이곳 상가들의 생존율 또한 낮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회복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연남동은 언제 그랬는지 모르게 사람들로 북적이며, 새 상점들이 줄을 이어 문을 열었다. 연희동은 그보다 빠르지는 않지만, 가구브랜드의 쇼룸이나 독립영화관이 문을 열며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부응하듯 몇 스페셜티커피 브랜드의 새로운 지점이 연이어 연희동과 연남동에 문을 열었다. 커피템플의 바리스타로 실력을 쌓은 후 독립해 창전동에 첫 매장을 열었던 써밋컬쳐, 오랫동안 성수동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로우키, 서촌에서 과감한 시도로 이목을 끈 궤도 등이다. 쉽지 않은 상권을 공략하기 위해 각 매장은 다양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우선 연남동에 문을 연 써밋컬쳐는 중심 상권에서 벗어난 건물 2층에 자리했다. 덕분에 넓은 영업장을 확보할 수 있었고, 2개 매장을 감당할만한 규모의 베이커리 생산 시설도 갖췄다. 창밖으로 보이는 은행나무는 매장의 인테리어에 녹아들 만큼 아늑한 풍경을 연출하기도 하니 2층이라 해도 아쉬움은 없었다. 연희동에 자리한 카페들은 복합문화공간의 형태를 띠었다. 옛 연희대공원 자리에 문을연 잭슨카멜레온 쇼룸은 두 개의 주택을 이어 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로우키는 마치 하나의 전시공간처럼 우아하게 자리잡았다. 잭슨카멜레온의 가구를 활용하면서도 로우키 본점에서도 느낄 수 있는 아늑하고 포근한, 시선을 낮게 분산시키는 분위기를 살렸다. 구소련의 인공위성에 탑승한 개의 이름 '라이카'에서 이름을 따온 영화관은 '스페이스독'이라는 이름의 건물에 위치해있다. 마치 우연처럼 이곳에 자리잡은 카페의 이름은 궤도. 서촌에서 행성을 풍경으로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연출해 좋은 호응을 끌어낸 카페의 세 번째 매장이다. 미디어 아트로 파도 영상을 계속해서 내보냄과 동시에, 레일을 통해 커피를 전달하는 등의 새로운 요소가 이색적이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카페들이 다시 쉽지 않은 상권에 도전장을 내밀며 스페셜티커피 산업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요식업의 확장은 리스크의 확장과도 같다. 위생을 신경 써야 하는 면적이 넓어지고,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호응도 늘어난다. 기본적으로 카페업은 노동집약적인 만큼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노무관리도 점점 어려워진다. 새로운 요소를 접목했을때는 그것이 가져오는 차별화의 강점만큼, 예상치 못한 변수로 마주하는 위험 요소도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떻든 새로운 도전은 항상 의미가 깊다. 세 매장의 새 출발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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