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라는 질문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굳이 기술을 이용해서 내 몸을 특정한 형태로 바꿔야 하나? 몸이 바뀌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진짜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수술을 하고, 가슴 사이즈를 키우고,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몸의 곡선을 갖게 된다 해서 내가 가진 열등감이나 불안감이 사라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나는 모든 트랜스들에게 트랜지션을 권하지는 않는다. 누구나 내 몸 그대로 살 권리가 있고, 원하면 기술의 혜택을 받을 권리도 있다. 그야말로 선택하거나, 하지 않거나의 문제다. 흔히 사람들은 누군가를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으려 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그 점에 대해 나 역시 이견이 없었다. 게이인 남성들과 연애를 했지만 내 정확한 정체성에 대해 얘기하지 못했기 때문에 늘 깊은 관계로 이어질 수 없었다. 8년 정도 연애를 안 했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의 애인을 만났다. 나는 이따금 스스로에게 자조적인 말을 툭툭 던진다. 그럴 때 애인은 그러지 말라고 말해준다. 그 생각을 하면 울 것 같다. 한 번도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 없으니까. 애인과 처음 침대에 누운 날, 마치 10대 청소년 시절로 되돌아간 것처럼 우리는 어쩔 줄을 몰랐다. 그와 나는 다행히 마음을 열고 차근차근 대화를 시작했다. 내게 트랜지션은 그렇게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경험이 됐다. 나는 아주 늦긴 했지만, 완벽한 타이밍에 트랜지션을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시선도 많이 받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시간도 있었고, 내 몸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으며, 내 몸이 변하는 과정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으니까. 오늘 내가 카메라 앞에서 옷을 벗을 수 있는 것은 내 몸을 정말 사랑해서가 아니다. 내 몸이 너무 아름다워서도 아니다. 나 자신을 제일 힘들게 만드는 건 스스로를 부정하고 억누르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스스로 가정하고, 그걸 기준으로 끊임없이 나를 단속하는 일 말이다. 그것만 벗어나면 한결 괜찮다. ‘극복’이라는 단어는 쓰고 싶지 않다. 뭔가 이겨내고 쟁취하는 것 같아서. 안 그래도 힘든 세상에 또 싸울 필요는 없으니까 - 전문은 @cosmopolitankorea 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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