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imsj
Aug 11
3.5K
28.7%
할머니댁에서 짐을 다 챙기고, 그제서야 괜히 할머니옆에가서 손을 잡았다. '할머니 나 뭐 영상도 찍고, 그런거해 요즘에~ 와서 같이 얘기 많이 못해서 미안해' 그랬는데 할머니는 내말엔 대답도 안하고 '이뻐, 밥 잘먹어~ 내새끼. 엄마한테도 뭐라고 하지말라고 내가 다 얘기했어 돈 달라면 돈주라고~' 하더라. 힘이 쭉빠져서 카메라를 끄고 할머니한테 기대서 엉엉 울었다. 힘들거나 슬퍼서는 아니였고,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가 됬든, 내곁에서 사라질수있다는게 너무 짜증났다. 몇번이나 할머니 손을 잡고 체온을 느끼고, 두서없는 사랑의 말들을 의심없이 곧이곧대로 내귀에 담을수있을까. 나는 요즘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으면서 행복을 느끼고 자존감도 올려보려고 이쁜척한다. 실제로 어느정도 효과가 있고, 나름 마음이 가벼운 날이 많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론 사람을 싫어한다. 그냥 인간자체를 안 좋아한다는걸 내가 스스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꽤나 빙글빙글 돌아서 여기까지 오게되었다. 위선을 배반해야 결국 인간은 모순덩어리임을 조금은 인정하며, 못난 나를 품고 나답게 살수있다. 엄마들이 꽃 사진을 좋아하고, 아빠들이 낚시나 산을가는 이유. 서로가 서로를 참 믿고, 돌아서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애쓰고 산다. 참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러면서 너한테도 나한테도 지치는것 또한 자연스러운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생만 시키고 인상만쓰는데도 헤헤거리며 '형이 좋아요'하는 정현이나 '자냐'는 카톡을 잠꼬대로 보내는 우준이나, '너 이뻐, 잘하고 있어'라는 말을 습관처럼 해주는 영완이나 '내가 니옆에 있어'라며 클럽에서 손 꼭 잡아주는 민규로 하여금 내가 단단해지는 기분이 느껴질때면, 한번 더 생각한다. 나를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뒷모습만 바라보기엔 너무 짧다고. 내가 뒤를 돌아보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있는데! 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오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좋아하던 비가 그날은 조금 무서웠다. 아직도 소중한걸 제쳐두고 바라보지 못하는 나에게 화가난듯이. 사진은 글이랑 관련도 없는 요즘 못올린 이쁜척하는 내사진을 올린다.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어서 🤍
whyimsj
Aug 11
3.5K
28.7%
Cost:
Manual Stats:
Include in groups:
Products: